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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님 국비 학원 출신 이셨어요?"
"네"
"그랬구나.."

 

IT업계에서는 학원 출신 신입들에게 기대를 많이 하지 않는 풍조가 있습니다. 기대를 많이 하지 않으니 당연히 연봉도 적게 줍니다. 왜 이런 풍조가 생겼을까요?

 

국가에서 지원을 받고 학원을 다닌것이 잘못은 아닙니다. 하지만 인간은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다이아몬드는 높은 압력과 온도를 오랜시간 받아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국비지원 과정은 다이아몬드와 같이 단단하고 아름다운 개발자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 되기 힘든 구조입니다. 왜냐하면 높은 압력과 온도를 줄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전문가 주도가 아닌 관리자들과 학생들 주도의 수업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 때문입니다.

 

클레임이 들어왔을때 학원의 대처

국비지원 학원은 클레임이 안나오게 하는데 집중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일방적 계약 해지를 당한 이유중 방아쇠 역할을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100여명의 학생들 중 한명이 주무 기관에 민원을 넣은 것입니다. 강의가 마음에 안든다는 것이었지요. 제가 있었던 학원은 강의 평가를 매주 합니다. 매주 2~30명의 학생들이 제가 수업을 대충하고 설명도 안하고 빠르게 넘어가서 하나도 이해가 안된다고 했습니다. 2~30명이면 100여명의 학생중 2~30%에 해당합니다.

 

제 강의에 만족한 학생들은 클레임을 걸지 않았겠지요. 100명을 넘게 모아놓았는데 과연 클레임이 안나올 수 있을까요?

 

 

운영진의 능력

운영진은 학생들이 클레임을 걸지 않도록 하는것에 초점을 맞춥니다. 국비지원이기 때문에 학생 중 한명이 예산을 지원하는 공공기관에 클레임을 걸면 감사가 나올 수 밖에 없고 다음 강의를 수주하는데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는 행태입니다.

 

주무 기관 공무원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공무원은 행정 전문가이지 IT교육 전문가가 아닙니다. 그래서 어떤 것을 가르치는지 판단하는 기준이 클레임이 안나왔는지, 강의 자료, 학생들의 평가, 취업한 학생 수 같은 것들입니다. 취업한 학생수를 올리는 방법은 3천도 안되는 연봉으로 일을 아주 힘들게 시키는 회사에 보내면 됩니다. 알아서 살아 남을 사람은 살아남고 못견디고 IT업계 자체를 떠나는 인원이 생기는 것은 교육 기관이 신경쓸 것은 아닙니다.

 

강의자료 잘 만들어 주고 잘 따라 할 수 있게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강의자료에 있는 것들을 제대로 익히지 않고 강의자료 대로 포트폴리오를 따라 만들었다면 실무에서 제대로 업무를 할 수 없습니다. 구글 검색을 하면 초보자가 공부하는데 필요한 모든 자료가 있고 개발자들도 검색을 많이 하는데 강의자료를 잘 만들어 주는 것이 정말 학생을 위한 길일까요?

 

강의 평가 좋게 나오게 할 수 있지요 적당히 좋은 분위기로 적당한 난이도로 가르치고 어렵다는 학생이 없도록 하면 됩니다.

 

공무원과 학원 관계자들은 알고리즘에서 n번까지 반복을 하던지 n + 1까지 반복을 하는지 등은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관계자들은 코드를 읽어낼 능력이 없습니다. 바둑을 안배우면 바둑 기보를 볼 수 없는것과 마찬가지로 행정의 전문가들은 코드, 알고리즘 같은것들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100여명의 학생중 70명이 만족하고 30명이 불만족인 상황에서 1명이 클레임을 걸어서 주무기관의 감사가 나오면 어떻게 될까요? 강사는 저 처럼 교체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혹은 학생들의 요청에 맞추어 수업 난이도를 낮출 수 밖에 없습니다.

 

 

학원출신 소리를 듣지 않게 하기 위해

학원출신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제가 했던 노력은 '실무'에서 업무를 하는 환경과 비슷하게 '태스크'를 주고 '진행중', '완료'를 제 시간내에 하도록 연습을 시켰습니다.

 

첫번째 맡았던 수업에서는 구글 스프레드 시트를 이용해 1을 찍으면 '완료'이고 2를 찍으면 '진행중'인 것으로 실습을 관리 했습니다.

하지만 이 기능은 질문 답변과 연동이 잘 되지 않아서 다음 '스튜던트 피드백 앱'을 개발 했습니다. '스튜던트 피드백'앱은 마치 이슈트래커에서 태스크를 관리 하듯 한 반에 있는 모든 학생의 진행 상황을 한눈에 확인하고 질문과 연동할 수 있는 앱입니다.

태스크 진행 상황 전체 보기

1개의 실습 과제는 1개의 태스크로 만들고 다음과 같이 태스크를 연동해서 질문을 하고 중복된 질문은 모아볼 수 있는 기능을 만들었습니다.

질문 목록 보기
태스크 상세에서 관련 질문 모아보기

 

이렇게 해서 실제로 업무를 하는것과 유사한 긴장감을 갖도록 했습니다. 긴장감만 가지도록 했느냐? 아닙니다. 학생들의 수준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 했습니다.

 

수준을 맞추기 위해 제가 했던 노력들

첫번째는 유투브 강의 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1-l0pRIHVzk&list=PLAdQRRy4vtQTJawYfraUTUf6rCfWFYqKj 

 

수업이 빠르게 진행 되기 때문에 수업시간에 넘어갔던 내용들을 유투브 강의를 제작해 복습 하도록 했습니다. 나중에 팀프로젝트 할 때는 대부분 이 유투브 강의를 많이 참조 했다고 합니다. 한번 들었던 내용이기 때문에 유투브로 복습 하면 더 이해도가 높았다고 합니다.

 

두번째는 수업로그 입니다. 다음 구글드라이브 문서는 하루 분량의 수업로그 입니다. 수업시간에 했던 내용들에 대한 기록을 남겨서 나중에 다시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https://docs.google.com/document/d/1OK8MaudXOLEvdjVHsleN7tiDBNFH0CE_sJHB4x-TwLs/edit#heading=h.kv07fbuy378b

 

4주차 10.11(화) 수업로그 - DB - Docker로 Mysql

1.개요 주차 4주차 날짜 10.11 화 주제 AWS EC2 띄우고 Docker로 띄우기 Docker로 Mysql띄우기 목표 AWS EC2에 Docker로 Mysql을 띄울 수 있다. 실습 AWS EC2 Spot Instance로 띄우기 Docker설치 하기 MySql Docker로 띄우기 S

docs.google.com

이렇게 까지 했는데 결국은 일방적 계약 해지가 되었습니다.

 

학생들은 당연히 편하게 공부 하고 싶습니다. 어려운 내용을 쉽게 알려주었으면 좋겠지만 3개월이라는 기간은 8개 과목을 한씩 훑기만 해도 빠듯한 시간입니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하려면 9개 과목이 모두 필요합니다.(Java, SpringBoot, DB, AWS, Docker, Spring Data JPA, Spring Security, CI/CD, 알고리즘)

 

이 많은 과목을 혼자서 어떻게 자세히 하면서도 쉽게 하면서도 다 할 수 있단 말입니까. 3개월은 수업이고 2개월은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3개월 동안 8개 과목을 해야하는 것입니다.

 

 

어쩔 수 없는 구조

학원은 코스를 오픈 하려면 일정 수 이상의 학생을 모아 국가의 지원을 받아야 합니다. 국가에서는 훈련 지원금을 주려면 클레임이 안나오는 학원을 원합니다. 클레임이 나오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겠지요. 학원이 실무에 맞는 눈높이로 학생을 교육하고 싶어도 수업의 수준을 높일 수가 없습니다. 실무 수준으로 수업을 하면 어렵다고 클레임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역시 수업을 실무보다 한참 낮은 수준으로 해야 하고 결국은 양산형 개발자들 그리고 취업을 하더라도 절반도 살아남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렇게 국가 기관에 클레임 걸고 강사도 좌지우지 하고 학원도 좌지우지 하던 학생들이 회사에 가면 회사를 본인에 맞게 바꾸기는 힘들 것입니다. 신입사원 수준이 낮다고 교육시켜주고 쉬운일부터 차근차근 알려주는 것이 회사가 아닙니다. 신입 수준의 과제들을 잘 수행하지 못하면 3개월 인턴기간 후에 정규직 전환이 어려울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괜찮은 지원자를 뽑고 신입 수준에 맞는 개발자만 남기고 정규직 전환은 안되겠지요. 학원 출신의 양산형 개발자들은 계속 찍혀 나오기 때문에 가능한 방법입니다.

 

회사를 탓할순 없습니다. 사고만 치는 신입은 전력에 보탬이 안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마이너스 이기 때문이니다. 최소한 사고는 치지 않는 수준의 실력은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제가 몸담았던 학원은 IT교육을 주요 사업으로 업계에 이름을 알렸기 때문에 그나마 한개의 코스는 저를 해고하지 않고 썼으나 결국은 저를 교체했습니다.

 

국가도 클레임 한번 없이 수료를 잘 시켜서 취업까지 시키면 무엇합니까? 수료생 중 절반도 실무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것을요. 하지만 이 구조는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국비지원 학원의 역사가 IMF때부터 30년이 되어가는데 이 행태는 바뀌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 구조를 개선해보고자 노력 하였으나 결국은 제가 해고되는 결말을 맞이했습니다.

 

'국비지원 교육은 '학생 주도 수업'이 될 수 있지만' 회사는 '신입 주도 업무'가 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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