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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를 한다면 발레를 배우는 것도 좋은 것 같다 - 제119편 국립발레단 말괄량이 길들이기 보고옴

발레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내용은 셰익스피어 원작 '말괄량이 길들이기'와 같다. 제목 대로 주인공이 말괄량이인데 시집을 가고 나서 남편이 잘 트레이닝을 해주어서 순종적인 정숙한 여인이 된다는 내용이다. 약간 신데렐라 같은 남자가 여자를 만들어 준다는 면에서 비슷하다.


단순 신데렐라 스토리면 식상할 수도 있는데 셰익스피어가 대단한게 이걸 살짝 비틀어서 신선한 느낌을 준다. 주인공의 여동생이 비중있는 역할로 나오는데 언니와는 반대로 시집 가기 전에는 내숭을 많이 떨고 요조숙녀가 따로 없었지만 시집을 가고 나서는 본색이 드러난다. 셰익스피어가 하고 싶었던 말이 여자는 남자하기 나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자 이런거 였는지 아니면 그냥 재미있게 할려고 쓴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런 내용이다.


4월 2째주였나 서초 문화회관에서 국립발레단이 와서 발레 갈라를 하고 갔는데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티켓을 구해서 봤는데 몰입하기가 힘들었다. 4월 2일 갈라 공연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그랬는지 그때 처럼 감동이 쓰나미로 밀려오진 않았다.


일단은 봤다는 인증부터.

4월 21일 19시 공연 R석 앞에서 12번째줄이고 생음악이었다. 예술의 전당 오페라홀에서 했었다. 생음악이 신선한 느낌이고 뭔가 고급져보이긴 한데 무대 앞에 오케스트라가 들어가야 하는 공간이 필요해서 어쩔 수 없이 그만큼 객석과 무대가 멀어질 수 밖에 없다. 이게 발레 공연에 좋은지 모르겠다. 전용 극장이 있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발레가 비주류이고 발레단이 자체적으로 수익을 얼마나 낼 수 있는지 쓰는 돈이 더 많지 않을까 싶다. 아직도 발레리나는 가녀린 이미지로 알고 있고, 매번 하는 이야기지만 전혀 아니고 근육덩어리임, 발레가 어렵다고 하는 나의 친구들 및 많은 사람들이 내 친구 처럼 생각 할 것이다. 나는 발레만큼 아무 생각 없이 그 붕붕 날아다니는 걸 볼 수 있는 공연이 있나 싶은데 인식이 그러한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냥 cd틀고 무대랑 객석이 좀 더 가까운 곳이 좋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오페라 극장에서 했는데 오페라는 음악도 중요하니까 무대가 좀 멀어도 음악 들으면서 볼 수 있겠지만 발레는 무대가 잘보여야 뭐 하는지도 잘 보이고 몰입도 더 잘 될텐데 멀어가지고 눈에 힘주고 봐야된다.


티켓은 중고나라에서 구해서 갔다.


작년에는 스파르타쿠스를 봤는데 그래도 그건 뭔가 좀 감동적이었던 것 같은데 새롭고 국리발레단 스타일이 강수진 단장님이 맡으면서 레파토리를 잘 안하던걸 하는 것 같다. 좀 도전적인 작품들 스파르타쿠스, 말괄량이 길들이기, 안나 카레리나 이런거 익숙하지 않은것들. 반대로 경쟁사인 유니버셜 발레단은 고전적인 작품들을 주로 하는 것 같다. 나는 피지컬은 국립발레단이고 레파토리 취향은 유니버셜인것 같다.


발레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많고 어렵다는 내 친구들 같은 사람들이 아직 많기 때문에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말괄량이 길들이기 같은 발레로서는 어려운 작품을 레파토리에 넣게 된 것 같다.


강수진 단장님이 몸에 대해서 아주 집착이 대단하신 것 같다. 결혼 해서 애도 안나을 정도에 발 모양으로 넘나 유명한데 그냥 그분은 발레이며 발레가 그분인 인간문화재라서 그런 것 같다. 현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인 오늘 내가 본 공연의 여주인공 김지영님이 그 길을 따라 가는 것 같기도 하다. 유니버셜의 수석이었던 황혜민님은 얼마전 은퇴를 하셨다 이유는 아이를 갖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발레 작품이라고 하면 일단 발레단의 주 수입원이라고 하는 호두까기 인형, 백조의 호수, 지젤 이런게 나도 들어본 것들인데 이런걸 클래식 발레라고 한다. 클래식 말 그대로 고전적인 교과서 같은 작품이라고나 할까? 발레에서의 교과서는 정확하고 큰 동작 발레에서 주로 우리 머리속에 그려지는 그런 이미지, 동작들 토슈즈를 신고 턴을 하고 팔을 길게 쓰고 이런 기본 동작들을 깔끔하게 하는 것이다.


나는 이런 아주 발레스럽고 고전적인걸 좋아한다. 발레에서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파르타쿠스가 익숙한 작품은 아니지만 감동적이었던 기억이 있었던건 내가 좋아하는 고전적인 스타일을 충실히 표현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희극 발레'라는 타이틀이 붙어있어서 '발레'라고 하면 생각나는 러시아의 추운 겨울의 고전적인 분위기가 아니고 아주 발랄한 어찌 보면 발레로 개그 코드를 강제로 집어 넣은 것 같은 그런 느낌의 작품이었다.


신승원 발레리나... 이렇게 망가지기가 얼~ 마나 어려울까나


옛날에 볼게 없던 시절에는 이 말괄량이 길들이기도 아주 웃겼을 것인데 지금은 예술 공연쪽도 전문적으로 많이 나누어져 있어서 굳이 발레를 보러 와서 춤을 보면서 웃음 코드를 찾아서 머리를 써가면서 발레를 봐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웃긴거 볼려면 대학로 개그콘서트나 코믹 연극 같은것 훨씬 웃기다.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아주 도전적이고 특히나 더 예술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해야 겠다. 맨날 밥에 김치만 먹다가 베트남 쌀국수가 한국에 처음 들어 왔을 때 쌀국수를 한입 먹고 '아 뭐 이런걸 먹어?' 이런 경험인 듯. 


무용하는 무용수님들도 아마 힘들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발레란 다른 장르의 춤에서는 따라 할 수 없는 오랜 기간 + 재능 + 노력으로 만들어낸 피지컬을 가지고 돌고 날아다니고 이런건데 연기 같은거 잘하면 좋겠지만 발레랑 별로 어울리는 것 같지도 않고 무용수의 전문은 무용이지 개그가 아니라서 전달이 잘 되지 않았다.


굉장히 어려웠을 것이다 표현하는 것이 말도 못하는 상황에서 '발레'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웃기면서, 연기까지 해야 하니까 넘흐나 어려운 도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옷도 아주 총천연색으로 남자 조연 1, 2, 3 빨강, 노랑 신호등인줄 알았다. 웃길려고 하니까 너무 튀는 옷을 입어서 무대랑 잘 어울리지도 않고 그 와중에도 고군분투한 노란옷 무용수님께는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지만 넘나 안타까울 다름... 판검사 보다 숫자가 적은 국립발레단 솔리스트가 그 아까운 피지컬로 날라다니지도 못하고 다리를 꼬면서 어떻게든 재미있게 보일려고 고군분투하는 정말 웃픈 무대였다.


그 와중에 국내 최고령 수석 최고참 김지영 발레리나는 명불 허전이었다. 백조클럽에서 아주 까칠하게 나오는데 그 표독스러움은 마치 독버섯 같아서 옆에 있으면 독이 내 몸에 오를 것 같은 그러한 예술가들의 무시무시한 아우라가 풍긴다.  내가 발레학원 다닐 때 남학생 와서 어버버 못한다고 엄청 눈치를 주던 노처녀 발레 선생이 자꾸 생각나서 저분이 나에게 잘못한게 없는데도 괜히 밉다. 그분도 배운대로 하시는 거겠지만 그리고 힘들게 배웠기 때문에 78년생이라는 나보다 무려 9살 많으신 올해 41세인데도 실력이 아주 끝내주신다.


몸도 좋으셔서 무대에 엄청나게 많이 스신다. 그 쟁쟁한 신예 발레리나들이 이분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리고 이분은 점점 갈수록 외모가 강수진 단장님을 닮아가는 것 같다. 오늘 캐스팅이 여주는 김지영님, 남주는 이재우 였는데 앙탈부리는 연기를 보는데 실력과 무관하게 나이를 알고 있으니까 너무 이질적이었다. 남주는 한국 나이로 27살이다.


작품은 작품일뿐이긴한데 TV에서는 저렇게 실제 주인공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러브라인이 있었나 싶은데 흠... 김희선하고 이민호가 그리고 고현정하고 조인성이 하긴 했었구나.. 하... 참... 어쨌든 몰입이 잘 되지 않는다. 음 마치 cpu는 i7 8세대 인데 메모리는  DDR2인데 스펙이 오버스펙인 퍼포먼스상에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뭔가 특별한 조합.


남주 이재우도 국내 최장신 발레리노에 춤도 시원시원하게 아주 잘추고 발레 테크닉도 아주 깔금하고 엄청 잘하긴 하는데 김지영님보다 15살이나 어리고 그쪽 업계가 군기가 쎄다는 소문이 있는데 눈도 못 마주칠 선배님일텐데 극 중에서는 여주를 길들인다 ㅋㅋㅋ 아 진짜 몰입이 이렇게 안될수가!!


백조클럽에서 학생들 가르칠때는 군기 엄청 빡세게 잡던데 이런 사람이 26살짜리한테 길들여지다니 ㅋㅋㅋ 너무 말이 안됐다 레알 차라리 모르고 봤으면 이런 투덜거리는 블로그 포스트는 쓰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하필이면 토요일 저녁 공연 밖에는 갈 시간이 없어서 마침 캐스팅이 김지영님과 이재우님 이었던거지 뭐 ㅋㅋ


국내에서 발레를 최고로 잘하는 무용수 김지영님은 명불허전이었다는 것.


하나님은 참으로 공평하시게도 김주원에게는 약간의 스타성을 주셨고 브 누아 드 라당스 상도 받고 TV도 좀 나오고 하지만 김지영님 만큼의 실력을 주지 않으셔서 둘이 거의 동기이거나 할텐데 한명은 여태까지 현역이고 한명은 국립발레단을 나올 수 밖에 없게 되는 등 그 수석 발레리나로서의 오래 무대에 설 수 있는 재능과 끈기는 김지영님에게 주신 것 같다.


발레가 그만큼 스트레스를 엄청 받는 종목이고 받는 스트레스에 비해서는 연예인들 처럼 정상에 올랐을 때 돈을 막 쭉쭉 벌거나 엄청 아무데나 가도 다 알아보거나 그렇진 않으니까 인재들이 비교적 덜 오는 것 같다. 아이돌로 일단 한번 쭉 빠지고, 연기로 쭉 빠지고, 요즘은 김연아가 나와서 피겨로 한번 쭉 빠진다.


그리고도 무용 전공생들이 아주 많은데 많은 무용 전공자 여자아이들이 도전을 하지만 저 김지영님과 버금가는 인물이 몇년 동안 몇명 안나온 것을 보면 저 길은 보기보다 힘든 길인 것 같다. 나도 물론 취미생활로 맛을 봤기 때문에 조금 더 공감이 가기도 한다.


세줄요약

1.말괄량이 길들이기 몰입감을 갖기 힘들었다

2.김지영님 실력에는 토를 달 수 없었다.

3.발레는 힘들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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