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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저의 4번째 책이 나옵니다. 아니 음.. 뭐 나올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번에는 Java책 입니다.

 

이 포스트는 다음에 나올 책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고 바로 앞전에 썼던 3번째 책인 '말랑말랑 알고리즘'이라는 알고리즘 입문서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오래전 그러니까 제가 결혼도 하기 전 지금으로부터 7년 전 입니다. 2017년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이직을 알아보는데 '코딩테스트'라는 것을 갑자기 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처음 취직 했을 때는 이런거 없었던 것 같은데 갑자기 구글의 영향으로 코테라는 것을 마주 했던 저는 너무나 무력감에 빠졌습니다.

 

한 5년차쯤 나름 잘한다고 생각하고 다니던 회사를 박차고 나왔는데 그 당시의 저는 회사 입장에서는 딱히 뽑고 싶지 않은 5년차개발자 였던 것 같습니다. 알고리즘도 잘 못하고 말도 잘 못하고 개발도 잘 못하는데 아는척 하고 그랬으니까요.

 

취업이라는 것은 다시 해야 하는데 생짜로 알고리즘을 공부 하려니까 도저히 진도도 안나가고 졸리기만 했던 저는 책을 쓰기로 했습니다. 글자로 페이지를 채우는 것은 나름 재능이 있었던 저 였기에 저의 떨어진 자존감을 채울수 있고 돈도 벌 겸 조금 더 오랜 시간을 집중해야 할 거리를 만들기 위해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 했습니다.

 

이 책 '말랑말랑 알고리즘'은 시간은 제법 많고 코테의 벽에 제대로 부딪혀 코가 납작해진 코딩은 잘 못하는데 시간은 많은 제가 알고리즘을 '공부'하면서 썼던 책 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내용적으로 수준이 높지도, 전문가 입장에서 쓴 것도 아닙니다. 습작 같은 책 입니다. 출판사의 담당자도 이 책을 내고 퇴사를 해버렸습니다. 그 담당자는 다른 분야로 이직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책을 출판 할 때 오타 검수 정도만 워드로 한번 하고 그냥 출판 하고 퇴사 하신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아마추어 + 곧 퇴사를 앞둔 책에 별로 애착이 없는 담당자 조합으로 만들어진 그런 책 입니다. 구성이 화려하지도 않고 표지도 임팩트가 있지도 않습니다. 심지어 내용에 하자(맨 뒤 LCS쪽)도 있습니다. 책을 출판하고 2년쯤 뒤에 한 독자가 제가 찍어놓은 유투브 영상을 보고 댓글을 달아서 내용이 틀린 것을 알게 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쓰는데 대략 500시간쯤 걸린 것 같습니다. 500시간을 쓰고 100만원을 벌었으니 단순 책으로 번 돈을 따지면 시급 2,000원입니다. 제 딴에는 가장 어렵게 쓴 책입니다. 알고리즘을 잘 못할 때 한땀 한땀 배워가며 썼기 때문입니다.

 

이 책이 출판된 것은 2021년인데 3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선인세로 받은 100만원을 다 채우지도 못 할만큼 얼마 안팔렸습니다. 그러니까 인세가 1년에 30만원어치도 안들어왔습니다.

 

책이 이렇게 안팔릴 수 있을까요? 앞에 썼던 2권의 책들은 코딩을 더 못할때 썼음에도 불구하고 2~500은 벌었던 것 같은데 이 책은 유독 안팔렸습니다. 책은 별로 안팔렸지만 제가 얻은 것은 많았습니다. 이 책을 쓰면서 (잘 하지 못했던) 알고리즘 공부를 많이 했고 지금은 3일 혹은 책을 쓰기 전에는 풀어내지 못할 만한 요구 사항도 하루나 이틀이면 해결을 하게 되었으니까요. 개발자로서의 생명을 연장하게 해준 동앗줄과 같은 책 입니다.

 

저는 이제 시니어가 되었지만 알고리즘 코딩테스트를 잘 보는 주니어 분들이 많이 입사 하실텐데 코테도 잘 못푸는데 살아남아서 계속 개발을 하는 것을 보면 좀 부끄럽기도 합니다. 제 코테 레벨은 2.5정도로 3레벨 문제를 잘 풀지 못하는 수준으로 연명 하고 있는 것은 안비밀 입니다.

 

최저 시급의 1/5 정도만 받고 썼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책이 가장 애착이 갑니다. 시간도 가장 많이 투자 했고 가장 저 답게 썼다고나 할까요? 지금 생각해 보면 400페이지가 넘는 그림도 스샷도 별로 없는 책을 어떻게 썼나 싶습니다. 보통은 출판사의 편집자 분들이 많은 시간을 들여 정성스럽게 교정도 봐주시고 구성도 새로해서 제법 사고싶게 잘 포장해서 출판을 합니다. 문장도 지금보다 그 때가 더 잘 썼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책이 아직까지는 가장 마음에 듭니다. 자식을 키워서 판검사 만들고 하면 가장 좋겠지만 저를 닮은 저의 단점까지도 저를 닮아서 가장 사랑스러운 내 피가 섞인 내 자식 같은 느낌이 들어서 더 정이 가는 것일까요?

 

후에는 강의도 좀 더 많이 하고 글도 더 많이 쓰고 경력도 더 쌓아서 최근에 이 책을 베이스로 모 대학에서 컴공과 후배님들을 대상으로 '여름 방학 알고리즘 1주 특강'을 했을 때는 평가 5점 만점에 4.9점을 받은 진정 알고리즘 세계의 문을 여는 그런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를 살아남는 개발자로 만들어준 책 '말랑말랑 알고리즘' 추천합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제 사랑하는 자식같은 책, 알고리즘 문제를 잘 푸는 고인물이 쓴 책이 아닌 입문자에게 알고리즘의 높은 산의 입구까지 도달하게 해주는 조그마한 손전등과 같은 책! 초판 1쇄라도 팔리게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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