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트캠프 강사였던 건에 대하여 - 05 다시 현장으로
다시 개발자로 돌아갑니다.
이번일로 커리어가 꼬이는게 아닌가 걱정을 했는데 1년 공백이 있었지만 지난번 받던 연봉 그대로 받고 다시 갑니다. 물론 올려서 가면 좋겠지만 최근에 과한 욕심을 부렸다가 체한 것 같아서 욕심은 잠시 내려 놓고 가기로 했습니다.
작년(2022년) 9월 부트캠프 학원에서 연봉을 2.5배 이상 되는 금액을 준다고 하여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부트캠프 강사로 갔었습니다.
https://krksap.tistory.com/2234
금액만 보고 간 것은 아니고 제 개인적으로도 SI를 뛰다가 현타가 와서 움직여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강사를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 했었는데 금액 만 보고 급히 이직을 했더니 부작용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를 꾀어 이직하게 한 담당자분은 '강의만 잘해주시면 2년 전혀 문제 없습니다.', '저를 믿고 오십시오.' 이렇게 호언 장담을 하셨는데 결국은 '강사님이 잘못 하셔서 교체 하는 것입니다.'라고 하시며 본인은 잘못 없다는 식으로 교체 해버리시고 잘 사십니까? 이 일을 지시하고 방조한 윗분들, 학원 법인들 그러면서 학생들에게 최고의 교육과정과 취업 어쩌구 저쩌구 모집만 하면 됩니까?
취업 못하면 학원 잘못이 아니고 학생 니가 열심히 안했고 강사님이 문제가 있어서 저희는 교체를 했고 저희는 잘못이 없습니다^^ 수강 신청 페이지는 여깁니다. 이렇게 되겠죠. 문제 제기 하고 내 시간 돈 보상해라 하면 '저희 로펌에 변호사님과 얘기 하시죠', '사인 하셨고 법적으로 문제 없습니다~', '저희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ㅅㄱ'.
마케팅 하시는 분들 위에서 팔아오라고 하니까 파시는 거겠지요. 연봉 6000 개발자, 네카라쿠배 합격, 채용 연계 등을 써서 마케팅을 해야 클래스도 생기고 계약서에 싸인도 하고 그러는것 아니겠습니다.
자극적인 워딩, 다 해주겠다 등 이목을 끌어야 영업도 되고 잘 팔리는건 알겠는데 그 뒷감당은 항상 엔지니어가 하지요. 상처도 내가 받고 현타도 엔지니어 한테 오고 그만두는 것도 엔지니어 이직도 엔지니어가 하고 그렇습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엔지니어 말대로 '이 기능은 여기까지만 되구요', '해당 기간 동안은 말씀하신 기능의 절반 정도만 가능합니다.', '6개월 배워서 취업하면 3000도 많습니다.' 하면 영업이 안돼서 굶어죽으니까요.
급하고 돈을 많이 주는 곳은 당연 어려운 곳일텐데 저 처럼 욕심이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면 호랑이 입속인 것을 알지만 들어갑니다. '호랑이 입으로 가는 자' 그 자는 저이고 저 같은 모자란 사람을 호구라고 부릅니다.
문제가 해결되면 급하게 사용했던 값 비싼 부품은 다시 규격의 부품으로 교체가 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겠지요.
저는 최소한 2년은 있을 줄 알았는데 8개월만에 교체해 버릴줄은 몰랐습니다. 하이리스크 하이 리턴인 것입니다. 잃은게 있으면 얻는것도 있는 법입니다. 학원에서 돈은 괜찮게 줬습니다.
이 와중에 갈리는 사람은 갈리고 강한 자는 살아남는 것입니다. 저는 개발자로써 그리고 강사로써 10년동안은 잘 살아 남았고 나름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 했습니다. 시골 출신, 잡대 출신에 비전공자지만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전세 집도 구했으면 많이 한것 아닙니까? 꼭 서울대 나오고 TV나오고 연애인하고 결혼한 인생만 좋은 인생입니까?
이번에 어려운 일을 겪으면서 가치관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사람이 확 바뀌진 않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바뀐 모습으로 살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오늘만 사는 사람'이었다면 이제는 '내일도 살아야 하는 사람'으로 살 것입니다.
우리 시대는 의학이 발달 하여 100세까지 산다고 합니다. 요즘에는 90세 넘어서 까지 사시는 분들이 많은 것을 보면 지금 3~40대는 100세까지 살겠지요. 60세에 은퇴한다고 해도 100세까지면 40년을 더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길게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처럼 투잡 쓰리잡에 고액의 임금을 지불하는 곳을 찾아다니면 금방 소모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몸 건강 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까지 생각 하면서 좋은 컨디션으로 꾸준히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제가 그 동안은 무엇을 얼마나 안다고 강의를 하고 멘토링을 했었을까요? 지금이 완성형 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지금보다는 훨씬 아는 것도 없고 철도 없을 때였던 것 같은데 정말 혈기가 넘쳤던 것 같습니다.
'시간을 더 쓰셔야 합니다.', '구글 검색을 해보고 물어보시나요?'. '~~책 안보셨나요?' 이런 말들을 많이 들었고 저도 많이 하고 다녔습니다.
하지만 기술이라는 것은 계속 나옵니다. 이제는 Chat-GPT가 나왔습니다. 내년에는 또 무엇이 나올지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업계에 10년 넘게 있었지만 기술이 새로 나오면 제가 프로젝트 했던, 시간을 많이 들여 익혔던 기술들이 안쓰는 기술이 되어버렸다면 제 10년 경력중 초반 5년까지는 안쓰는 기술인데 과연 이 업계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지어 새로 나온 기술들은 대학교 갓 졸업한 친구들이 훨씬 잘하지요. 저는 클라우드, 블록체인까지는 해보았으나 머신러닝은 손도 못 대봤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AI 타이틀을 달고 있는 프로젝트에 들어가서 새로 배우면서 프로젝트를 하는 상황입니다.
인간의 몸, 수학, 법 등은 계속 바뀌긴 하지만 이렇게 빨리 바뀌진 않아서 이전에 배웠던 것들을 어느 정도 활용 할 수 있지만 IT쪽은 계속 뭐가 나옵니다. 제가 배웠던 것들은 들판에 불고 지나가는 바람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챗GPT 전문가도 나오기 시작 했지요. 나온지 몇달 됐는데 전문가라 하면 젊은이들과 주니어들에게는 새로운 기회이지만 10년차 넘은 저 같은 시니어 연차인 사람들에게는 새로 해야 할 공부이고 넘어야 할 산입니다.
제가 주니어 일 때는 새로 나온 기술을 빨리 익혀서 저한테 뭐라고 하는 시니어 분들 안계신 곳으로 이직하려고 열심히 했습니다. React나왔을 때도 열심히 했고 AWS, Kubernetes, MSA 이런거 열심히 했는데 AI가 나와버렸네요?
이 다음에는 뭐가 나올까요? 양자컴퓨터가 나오면 OS이론, 자료구조 이런것들는 계산기가 나왔을때 사라졌던 주판 처럼 되는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듭니다. 그 날이 늦게 오기만을 기다리면서 저는 하루하루 다시 알고리즘 공부를 합니다.
크읍..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